스토리텔링의 보물창고를 열어라, 문화 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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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 세가지 차원 : 감정 구조, 실천, 역사적 맥락

래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는 “문화”라는 단어는 곡식을 기르는 “배양” 또는 “경작”이라는 단어인 “culture”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합니다. 땅에서 싹을 틔우고 경작하여 열매를 맺게 하는 의미가 문화에 담겨 있다는 거지요. 물론, 문화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주장들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윌리엄스의 설명이 중요한 점은 문화를 평범하면서도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것으로 보았다는 데 있습니다. 그는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평범하고 보편적이며 일상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의미와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의 삶의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감정 구조’, ‘실천’, ‘역사적 맥락’이라는 세 가지 차원을 통해 문화에 대해 설명합니다.

감정 구조로서의 문화 : 윌리엄스는 문화 분석의 목적을 “감정 구조”(structure of feeling)를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감정 구조란 특정한 집단이나 계급,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들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 중 생산직 노동자들은 현장 활동과 동료적 협업 과정을 통해 그들만이 공유하는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생산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특별한 삶의 감각에 의해 특징적인 색깔이라는 감정 구조를 갖습니다. 따라서 생산직 노동자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의 감각과 색깔이 만들어내는 감정 구조를 파악해야 합니다.

래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

래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

능동적 실천으로서의 문화 : 그는 문화를 인간의 능동적 실천이라고 보았습니다. “감정 구조”는 사회에 대한 인간의 감정적 반응이며, 느껴진 것에 따른 사고이자, 사고에 의해 생성된 느낌이라고 설명합니다. 역사라는 과정을 이끌어 가기 위해 인간이 벌이는 능동적 실천이 문화라는 것입니다. 감정구조로서의 우리의 문화에는 고난의 역사적 과정을 겪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실천해 왔던 우리 민족 고유의 경험을 담고 있습니다. 탈춤과 풍물놀이 문화는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무악(巫樂), 연극, 놀이, 농경의식 등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양반과 임금, 권세가들에 대한 풍자와 생활의 곤궁함,가족 이야기 등을 통해 민중들의 의식과 문화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탈춤과 풍물놀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탈춤과 풍물놀이를 직접 체험하는 것에 제일 좋은 방법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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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맥락에서의 문화 : 윌리엄스는 문화를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사회 권력과 사회적 투쟁의 관계 속에서 문화를 이해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보수적 집단과 진보적 집단으로, 지배적 세력과 피지배 세력으로,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으로, 남성과 여성으로, 기업인과 노동자 등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집단들은 갈등하고 투쟁하고 협의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구체적인 역사적 흐름과 공간을 일구어냅니다. 이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문화란 무엇인가

“문화(culture)”라는 단어에 땅에서 싹을 틔우고 경작하여 열매를 맺게 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래이먼드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문화란 자연 상태의 사물에 인간의 작용을 가하여 그것을 변화시키거나 창조해 낸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문화를 자연에 대립되는 말로서 접근하면, 문화에는 인류가 유인원의 단계를 벗어나 생각하는 인간 또는 이야기하는 인간으로 진화하면서부터 이루어낸 모든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정치나 경제, 법과 제도, 관습, 언어, 문학과 예술, 도덕, 종교, 풍속, 관계, 기대되는 행동, 신화 등 모든 인간의 산물이 포함됩니다. 인간이 속한 집단에 의해 공유되는 생활양식이자,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 체계를 포함합니다. 타일러(E. B. Tylor)는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관습 등 인간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과 습관의 총체로서 문화를 정의합니다. 래이먼드와 타일러의 이야기를 고려하면 문화를 다음 그림과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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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의 보물창고인 문화 원형

원형(原型)이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본래의 꼴”, “복잡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기 이전의 단순한 모습”을 뜻합니다. 따라서 문화 원형은 서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우리 민족 문화의 모든 원래의 모습을 의미합니다. 그 모습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축적되어 왔습니다.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등은 유럽과 아시아의 고대와 중세의 신화와 역사적 사실과 경험들을 창작 소재로 활용한 사례입니다. 톨킨(J. R. R. Tolkien)은 유럽의 고대와 중세 언어 연구자로서 신화와 민간전승(民間傳承) 그리고 역사적 사실들을 접합니다. 뿐만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에 영국군으로서 참전하여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경험을 합니다. 유럽의 고대와 중세의 문화 원형과 톨킨이 접한 역사적 사실과 경험이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삼부작과 『호빗』(The Hobbit)이라는 판타지 소설로 창작된 것입니다.

전통적인 문화 원형을 창작의 중요한 재료로 사용하여 새로운 창작물로 스토리텔링하여 성공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한반도와 만주, 연해주라는 공간에서 오천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통해 다양하게 축적된 문화와 전통, 역사적 사건, 신화, 전설, 민담 등 전통문화 등 풍부한 이야기 소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역사와 문화원형들은 아시아라는 확장된 공간과 문화, 역사와 맞물려 있습니다. 이야기 소재는 새로운 상상력과 제작 기술이 결합되어 창작 콘텐츠로 만들어질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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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구스타브 융(Carl Gustav Jung)은 모든 인간이 “선조의 과거 역사가 담긴 잠재적 기억 흔적의 창고이자 선조의 반복적인 경험 축적의 부산물인 집단적 무의식”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문화 원형은 바로 민족의 “집단적 무의식을 구성하고 있는 내용물”입니다. 집단적 무의식이란 개인적 무의식과 달리 태어날 때 누구에게나 이미 선천적으로 갖추어져 있는,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무의식입니다. 원시시대부터 반복적으로 경험된 인류의 조상 또는 우리 선조의 체험들이 체화(體化)되고 유전되어 여러 행동 유형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신화적 체험의 토대이며 의식 생활의 뿌리인 동시에 원천으로서 지금 우리의 감정적 구조, 능동적 실천, 역사적 맥락의 형성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뛰어난 정보 통신 기술과 풍부한 창작과 생산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획과 상품화에 필요한 독창적인 창작 재료가 부족합니다. 스마트폰과 SNS가 형성하고 있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시장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차별성 있는 소재 발굴 및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스마트폰과 SNS는 콘텐츠 빅뱅을 만들어냈습니다. 더 놀라운 남녀노소, 크고 작은 집단과 기업들 누구나 새로운 콘텐츠를 창작하고 생산하는 시대를 열었습니다. 창조와 스토리텔링의 민주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 원형은 흥미롭고 창의적인 소재의 보물창고입니다. 기획, 시나리오, 디자인, 상품화라는 작업을 통해 캐릭터, 게임, 영화, 에듀테인먼트, 음악, 동화, 만화, 뮤지컬, 공연, 방송, 애니메이션 등 세계 정서가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창작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흥미로운 사례들을 몇가지만 살펴보면서 이 글을 갈무리합니다.

사례 1 : 조선의 기녀 문화, 풍류 문화, 전통적 무용, 의복, 장신구를 문화 원형으로 활용한 드라마 <황진이>

사례 2 : 한국의 독창적인 전통자수문양과 한국 고서의 능화문 문양을 재료로서 활용하여 캐릭터 상품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푸까>

사례 3 : 조선의 경복궁, 육조거리, 돈의문 밖, 북촌, 종묘, 칠패 거리 등의 3D 복원 자료와 광대들의 곡예와 재담을 활용한 영화 <왕의 남자>

사례 4 : 디지털화된 규장각 수사 기록물 관련 600종 2000권 자료를 기반으로 만든 서스팬스 이야기 드라마 <별순검>

참고문헌
  • Williams, R.(1958). Culture and Society 1780~1950, London: Chatto and Windus.
  • Story, J.(1993).  An Introductory Guide to Cultural Theory and Popular Culture, Georgia: University of Georgia Press.
  • Odden, L. (2013), “What is Content? Learn from 40+ Definitions”, TopRank Online Marketing Blog, Retrieved 2014-02-20

사진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Art#mediaviewer/File:Art-portrait-collage_2.jpg
  • http://www.writersplaques.org/creo_files/awp-body/postcard_raymond_williams.jpg

공병훈. 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 미디어 경제경영 전공,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64년생. 창작과비평사, 동방미디어, 교보문고, 푸른엠앤에스, 세계미디어플러스 등에 재직함. 소셜 미디어와 콘텐츠, 플랫폼, 홍보, 컨설팅 분야 실무자이자 현장 연구자. hobbits8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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