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이며 스마트한 군중들의 시대는 왔는가?

ⓒ Marc Smith

ⓒ Marc Smith

하나의 유령이 지금 네트워크 세계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창조적이며 스마트한 군중입니다. 처음에 보여진 얼굴은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사용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출현한 이후,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현상들이 드러나고 있으며 스마트폰과 SNS가 확산됨에 따라 특정한 세대와 소수를 넘어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사람들로 그 관계망들이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사회적 관계와 상호작용은 위키피디아 같은 글로벌 차원의 집단지성 백과사전 작성 활동, 레고(Lego)사의 크라우드 소싱, 그리고 때로는 촛불시위 같은 군중 행동, 수십만 명의 팬덤 커뮤니티 활동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네트워크의 세계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왜, 그리고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스마트 군중들의 활동은 전사회에 걸쳐 놀라운 역할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과 SNS로 무장한 군중들의 활동은 때로는 지나친 낙관주의에, 때로는 지나친 비관주의에 빠져들게 합니다.

유토피아적 공론장 모델과 비관주의적 디스토피아 모델

낙관주의에 기반한 대표적인 유토피아(utopia)적 전망으로 정보민주화 공론장(public sphere) 모델이 있습니다. 스마트 군중의 활동은 공공의 토론 영역 즉 공론장을 확대시켜 민주주의 과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자유로운 소통의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관주의에 기반한 디스토피아(dystopia)도 전환되기도 합니다. 유토피아적 기대와는 정반대로 사용자들의 연결과 참여 또는 공유 그리고 집합적 행동(collective behavior)들이 오히려 세대간 격차, 계층과 집단간 소통 단절, 사회적 분열 등의 사회 병리적 현상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괴담과 정보 변형, 왜곡, 통제되지 않는 문화적 규칙의 파괴 등 특정한 소수의 의견이 확대 재생산하는 메커니즘 작동이 반복되는 현상도 나타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SNS가 출현시킨 군중들의 시대가 유토피아적 공론장을 건설할 것인지 파괴적인 디스토피아를 건설할 것인지를 판단하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좀더 세월과 경험이 필요할 것입니다.

유토피아 비행 기계, 프랑스, 1,890에서 1,900 사이에 제작된 석판 인쇄물

유토피아 비행 기계, 프랑스, 1,890에서 1,900 사이에 제작된 석판 인쇄물

창조적 군중 또는 창조적 사용자들

장난감 회사인 레고 웹사이트에서는 블록을 조합해 빌딩과 성곽, 선박과 비행기에서 로맨틱한 조각품들을 만들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합니다. 사용자들은 온라인으로 만든 자기 작품의 실제 제작을 위해 결제 버튼을 눌러 블록들을 곧바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플리케이션으로 만든 작품을 커뮤니티 게시판에 전시합니다. 게시된 놀랍고 재미있는 작품들은 다른 고객들의 감탄과 조언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문으로 이어집니다. 기업이 온라인 연장세트(toolkit) 즉 대중적인 생산도구를 제공하고 사용자들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사례입니다.

비즈니스 연구자들과 미래학자들은 이들을 창조적 사용자(creative user)라고 부르며 이러한 현상들을 기업의 혁신의 민주화(democratizing innovation)와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으로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동적인 판매와 AS의 대상이던 고객이 인터넷과 어플리케이션 같은 생산도구의 대중화와 또는 커뮤니티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스스로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현상은 특정한 분야만의 사례가 아닙니다.

지식의 공유와 생산의 주체로 대중이 출현하여 집합적으로 활동하는 상황이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집단지능, 협업지성의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레고 사용자들은 온라인으로 만든 자기 작품의 실제 제작을 위해 버튼을 누르고 결제하여 블록들을 곧바로 주문할 수 있다.

레고 사용자들은 온라인으로 만든 자기 작품의 실제 제작을 위해 버튼을 누르고 결제하여 블록들을 곧바로 주문할 수 있다.

협업적 공유와 동료적 생산의 출현

벤클러(Yochai Benkler)는 인터넷 네트워크 등장으로 시장적 환경이 아닌 채로 지식과 문화를 사회적으로 생산하는 협업적 공유(collaborative sharing)의 동료적 생산(peer production) 방식이 출현했다고 주장합니다.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 기술 발달이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어 생산과 공유를 더 효율화하여, 전통적 기업의 수직적 구조가 아닌 자발적이며 수평적인 종료적 생산이 출현했다는 것입니다.

Teamwork

그는 진보한 경제에서의 생산 모델에서 사회 세력의 핵심인 개인의 역량과 자율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노력에 대한 시장적 대가가 없어진 상황에서 기여를 통한 개인의 심리적 보상이나 타인의 칭찬, 사회적 연결성 등과 같은 개인적 동기가 보이지 않는 손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은 산업혁명 이후 처음으로, 고도로 진보한 정보 경제에 형성되고 경제 활동의 핵심이 되는 가장 중요한 생산수단을 대다수의 사람들이 소유하게 되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영상 촬영과 편집, 공유가 간편하게 이루어지고, 이메일의 작성과 발송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의 거의 모든 업무가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기능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클라우드 환경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동료적 생산에 대해 히펠(Eric von Hippel)은 리드 유저(leader user)와 커뮤니티의 관계를 통해 설명합니다. 리드 유저의 앞선 니즈(needs)에 따라 제품 개발과 수정이 이루어져,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은 니즈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리드 유저는 앞선 니즈를 가지고 다양한 생산 도구들과 커뮤니티를 통해 해결 방법을 찾아 혁신하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사용자들입니다. 이들이 자신의 니즈와 축적된 노하우 그리고 창의적 지식으로 제품과 서비스 개발과 혁신에 참여하는 혁신의 민주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액세스 도구, 레고(Lego) 블록 같은 컴포넌트(component)의 대중화된 도구들(toolkit)의 등장과 함께 사용자 커뮤니티의 공유적, 협업적 활동을 통한 참여와 공헌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레고 블록 같은 컴포넌트 : 소프트웨어의 모듈(module)들을 레고 블록에 비유한 것입니다. 모듈은 전체 체계의 일부를 구성하는데 상호 독립적이며 자기 스스로의 완결성을 지녀 스스로의 진화를 이루어 나갑니다. 또한 표준화와 비대칭적 진화를 실현하여 다양한 콘텐츠 유형으로 진화할 수 있는 속성인 모듈성(modularity)을 지닙니다. 모듈들이 통합되고 다시 상위의 모듈들과 통합하여 최상위 모듈들은 레고처럼 통합된 단일한 체계에 속합니다.

지식 생태계, 적응과 학습, 그리고 창조적인 스마트 군중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에서 지식을 누가 지니는지에 따라 인류의 역사가 봉건시대에서 자본주의로, 그리고 산업사회에서 전 국민이 지식을 갖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전국민이 지식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지식의 생성과 공유와 교환의 활성화가 디지털과 온라인 기술이 조성한 편리하고 간편한 커뮤니케이션과 커뮤니티 환경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지식 생산과 유통과 공유와 소비를 둘러싼 행위자들의 적응과 학습의 상호작용을 지식 생태계(knowledge ecosystem)라고 합니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거나 선택되면서 개체들간에 상호작용하는 생물적인 환경을 지식을 둘러싼 활동에 비유한 이야기입니다. 『지식의 미래』(The Future of Knowledge) 저자, 베르나 엘리(Verna Allee)는 지식 생태계는 통제하거나 변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환경에 적응하며 학습하는 주체들이 자신의 역할을 통해 지식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성장시켜 새로운 지식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근육과 자본의 시대가 가고 창조적인 두뇌와 지식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그 한 복판에 창조적인 스마트 군중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군중들의 활동은 우리 사회를 어디로 이끌어 갈까요.

그림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marc_smith/6704337077
  • https://en.wikipedia.org/wiki/Utopia
  • https://factory.lego.com/
  • http://jol.telecomitalia.com/jolswarm/wp-content/uploads/2014/05/teamwork.jpg
  • http://www.ok100.or.kr/bbs/editor/uploads/2009/08/24/4a91e44a35661.pdf

공병훈. 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 미디어 경제경영 전공,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64년생. 창작과비평사, 동방미디어, 교보문고, 푸른엠앤에스, 세계미디어플러스 등에 재직함. 소셜 미디어와 콘텐츠, 플랫폼, 홍보, 컨설팅 분야 실무자이자 현장 연구자. hobbits8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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