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의 기원과 볼록판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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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의 기원 : 종이, 먹물, 돋을새김판

무엇을 하려고 3만20000년 전의 인류는 쇼베 동굴(Chauvet cave)에 동물들에 대한 장엄하고 아름다운 벽화를 그려 두었을까요. 아마도 그림을 통해 무언가를 전달하고 공유하려던 이유 때문이었을 겁니다. 놀랍게도 호모 사피엔스들은 6만년 전부터 뼈에 사람의 얼굴을 새기기 시작하면서 돌에도 의미를 지닌 무늬를 새깁니다. 신석기 시대에는 흙으로 사람의 얼굴을 빗고 토기에 농사를 짓거나 무언가를 만드는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청동기 시대에 들어서는 바위에 새겨진 그림이 더욱 구체화되고 생동감을 띠는데 그 내용에는 숫자 개념이 들어있기도 하고 종교적 내용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그림 앞에서 종교적, 문화적 행사를 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인쇄의 필요성이 생겼을 것입니다.

3만20000년 전 쇼베 동굴의 벽화. 그림의 통해 무언가를 전달하고 공유하려던 것으로 판단된다.

3만20000년 전 쇼베 동굴의 벽화. 그림의 통해 무언가를 전달하고 공유하려던 것으로 판단된다.

기름종이에 부처를 그린 후에 선을 따라 바늘로 구멍을 뚫어 그 기름종이를 다른 종이 위에 놓고 먹으로 밀어내서 인쇄한 그림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나무나 뼈에 글자를 새겨 도장을 만들고 인주를 묻혀 종이에 찍는 방법도 매우 오래된 방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중국에서는 2세기 말 즈음에 종이, 먹물, 돋을새김 방식으로 글을 새긴 판이라는 인쇄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세가지 요소가 준비됩니다.

인쇄란 문자나 그림을 기계적, 화학적 방법을 통해 종이, 천, 기타 물체의 표면에 복제하는 작업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인쇄는 글과 그림을 찍어내는 과정이며, 대개 프레스기를 이용하여 잉크를 사용해서 종이에 찍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문자·그림·사진 등을 종이나 기타 물체의 표면에 일정한 방법으로 옮겨 찍어서 여러 벌의 복제물을 만드는 작업으로서 대부분 잉크를 사용하여 다른 재료의 표면에 옮겨서 글이나 그림을 재생산하는 것이다.

그러면 인류가 개발해오고 현재까지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인쇄의 네가지 종류인 볼록판 인쇄, 평판 인쇄, 오목판 인쇄, 스크린 인쇄의 원리는 무엇이 있으며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볼록판 인쇄(relief printing)

볼록판 인쇄는 인쇄 방식 중에서 가장 오래 되었습니다. 최근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오프셋 인쇄기들이 등장하기 전까지 구텐베르크 인쇄기를 포함하여 모든 인쇄는 볼록판 인쇄에 속합니다. 볼록판 인쇄에서는 활자, 그림, 사진 등이 새겨진 판을 통해 인쇄합니다. 이 볼록판은 활판(活版), 선화(線畵)볼록판, 사진판, 복제판(연판) 등으로 구분됩니다. 활판이란 활자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재사용할 수 있다는 뜻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보통 활판이라고 하면 활자(活字)와 함께 선화볼록판, 사진판 등을 모두 포함하여 말합니다.

오프셋 인쇄기들이 등장하기 전까지 구텐베르크 인쇄기를 포함하여 모든 인쇄는 볼록판 인쇄에 속하며 가장 오래된 인쇄 기술이다.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오프셋 인쇄기들이 등장하기 전까지 구텐베르크 인쇄기를 포함하여 모든 인쇄는 볼록판 인쇄에 속하며 가장 오래된 인쇄 기술이다.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볼록한 부분에 잉크를 묻히는 활판(活版)

판의 구조는 요철(凹凸) 모양입니다. 볼록한 부문에 잉크를 묻히고 그 위에 종이를 놓고 압력을 가하여 잉크가 묻게 하는 방식입니다. 잉크가 묻어야 할 볼록한 부분은 평면이어야 하며, 종이에 묻은 잉크막의 두께는 주변집결현상에 의해서 인쇄영상(印刷映像)이 선명하고 힘있게 보입니다. 국내에서는 1990년 이전에 사용되던 인쇄 방식입니다. 따라서 1990년 이전에 출판된 책의 본문은 글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장처럼 찍힌 느낌이 듭니다.

납, 주석, 안티몬의 합금으로 만든 활자를 통한 활판 인쇄 과정은 이렇습니다.

① 문선 공정 : 인쇄소에서는 들어온 원고의 활자를 뽑습니다.

② 식자와 조판공정 : 그 활자들을 책의 규격에 맞도록 짜맞춥니다.

③ 정판(整版) 공정 : 짜인 판은 교정(校正)을 보아 잘못된 곳의 활자는 바꾸어 고칩니다.

④ 현판 인쇄 : 인쇄 부수가 적을 때에는 이 짜인 판을 그대로 사용해서 인쇄하여 해판(解版)합니다.

⑤ 지형 인쇄 : 인쇄부수가 많을 때에는 그 판의 지형(紙型)을 뜨고, 지형에 연판지금(鉛版地金)을 부어 판을 떠서 인쇄합니다.

활판 인쇄소에 들어온 원고를 문성공이 받아 활자들을 뽑아 책의 규격에 맞도롣 짜맞춘다.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활판 인쇄소에 들어온 원고를 문성공이 받아 활자들을 뽑아 책의 규격에 맞도롣 짜맞춘다.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그림과 도표를 위한 선화볼록판(linecut)

판에서 그림과 도표 등은 선화볼록판을 별도로 만들어 인쇄합니다. 이 볼록판을 만들려면 도안된 화판(畵版)을 사용하는데 여기서 화판이란 백지나 플라스틱 베이스 등에 검은색 화재(畵材)를 사용해서 그림이나 문자를 그린 것입니다. 이 원도(原圖)를 사진으로 찍어 음화 필름으로 만들어, 감광제를 칠한 아연판이나 동판(copper plate, 銅版) 같은 금속판에 필름을 포개서 빛을 쬐고, 부식액으로 부식시켜 볼록판을 만듭니다. 동판은 정교한 판을 얻을 수 있어서 학술지 삽화나 정밀한 카탈로그에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속판 대신 합성수지판 이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선화 볼록판 기술은 판화 예술이 인쇄 기술과도 결합하여 개발된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림과는 다른 장르로서 예술가들에게 선호되면서 자신만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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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 블록판 기술은 판화 예술이 인쇄 기술과도 결합하여 개발된 부분이지만 그림과는 다른 장르로서 예술가들에게 선호되면서 자신만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선화 블록판 기술은 판화 예술이 인쇄 기술과도 결합하여 개발된 부분이지만 그림과는 다른 장르로서 예술가들에게 선호되면서 자신만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사진을 촬영하여 인쇄에 사용하는 사진판

신문, 잡지, 책 의 사진을 인쇄하기 위한 판을 사진판(photogravure)이라고 합니다. 인화지로 된 사진이나 디지털 파일을 원고로 하여 제판용(製版用) 카메라나 관련 장비를 통해 망네거티브 필름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나서 선화볼록판 제작과 같은 방법으로 판을 만듭니다. 이 사진판은 아주 작은 망점(網點)으로 형성되어 있어서 정교하고 해상도 높은 사진이 인쇄에 구현되게 해줍니다. 이 기술 또한 현대 예술과 접목되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진판은 인화지 사진이나 디지털 파일을 가지고 선화 블록판 기술로 만든 판이다. ⓒAamir Raza

사진판은 인화지 사진이나 디지털 파일을 가지고 선화 블록판 기술로 만든 판이다. ⓒAamir Raza

공병훈. 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 미디어 경제경영 전공,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64년생. 창작과비평사, 동방미디어, 교보문고, 푸른엠앤에스, 세계미디어플러스 등에 재직함. 소셜 미디어와 콘텐츠, 플랫폼, 홍보, 컨설팅 분야 실무자이자 현장 연구자. hobbits8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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