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의 기원, 구텐베르크 프로젝트(Gutenberg project)

전자책을 탄생시킨 구텐베르트 프로젝트

전자책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많은 사람들은 전자책의 시작을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불리우는 스티븐 킹(Stephen Edwin King)이 2000년에 자신의 소설 『더 프랜』(The Plant)과  『총알 차 타기』(Riding the Bullet)를 온라인으로 다운로드 판매한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과연 그럴까? 전자책을 너무 상품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것은 아닐까? 전자책에 대한 그러한 정의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당연하게 그러한 사실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두산백과는 전자책에 대해  “문자나 화상과 같은 정보를 전자 매체에 기록하여 서적처럼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도서”라고 정의한다. 위키피디아는  “책의 내용을 디지털 정보로 가공하고 저장한 출판물의 통칭”이라고 설명한다. 브리태니커는 “휴대용 소형 컴퓨터 단말기에 문서·화상·음성 등을 기억시킨 출판물”로 전자책을 정의한다.

전자책은 책의 한 형태일 뿐이며 상품으로서 독자들에게 공급되는지 여부는 핵심적 기준이 아니다. 판매 여부를 기준으로 전자책을 설명하려는 생각을 내려놓고 전자책에 대한 앞의 정의에 기준하여 고민해 보자.

전자책 시작은 1971년 마이클 스턴 하트(Michael Stern Hart, 1947-2011)가 인류의 자료를 모아 전자정보로 저장하고 배포하자는 구텐베르크 프로젝트(Project Gutenberg)라고 보는 게 적합하다. 1971년은 인터넷이 세상에 그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은 시기이다.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는 온라인 도서관이라는 컨셉트로 시작된다.

구텐베르크 웹사이트 http://www.gutenberg.org/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웹사이트 http://www.gutenberg.org/

위대한 문학작품들을 디지털화하자

“위대한 문학작품들을 디지털화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된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한 사람이 바로 마이클 스턴 하트였다. 1971년 일리오이드(Illinois) 대학 신입생이던 마이클 스턴 사트. 그는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가치있는 일을 찾던 중 도서관에 있는 책들과 인류의 자료들을 온라인상에 저장하여 찾아볼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마이클 스턴 하트는 학교의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다른 학교와 미국방부 100여명의 사용자들과 역사적 자료들을 공유하였다. 그는 인터넷의 기원인 아르파넷(ARPANET, 1969)이 출현하기 이전부터 고퍼 서버(Gopher servers) 기반의 BBS 게시판을 통해 전자책을 개발하여 공유하는 활동을 해왔다.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가상의 도서관에서 구축하자고 시작한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는 이 활동을 통해  얻은 것으로 알려진다.이 아이디어와 기획이 인터넷에 디지털 형태의 문서를 저장하여 인류의 자료를 모아 누구나 무료로 책을 받는 가상의 디지털 도서관을 설립하는 활동으로 발전된 것이다. 전자책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전자책을 탄생시킨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누구나 무료로 가상의 도서관에서 전자정보를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인터넷이 출현하기 이전부터 BBS 게시판을 통해 전자책을 만들고 인터넷 이후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를 시작한 마이클 스턴 하트.

인터넷이 출현하기 이전부터 BBS 게시판을 통해 전자책을 만들고 인터넷 이후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를 시작한 마이클 스턴 하트. 사진 출처 : http://vatul.net/blog/index.php/6100/

이 사실은 책과 전자책의 과거, 현재, 미래를 고민할 때 매우 흥미로운 관점들을 제공한다. 전자책의 시작이 기존 종이책 콘텐츠를 공유지 개념의 공공 재화로 사용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전자책의 탄생이 지식을 무료로 공유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전자책 플랫폼가 상품 판매를 주된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2016년 지금 시점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스티븐 킹(Stephen Edwin King)이 자신의 소설을 다운로드 판매하는 일은 2000년 7월에서야 벌어진 일이다. 첫번째 전자책의 판매였을 뿐이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인쇄술 개발로 지식의 급속한 확산과 중세의 변혁을 가능하게 만든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에서 따왔다. 지금도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는  세계의 수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참여하여 운영되고 있다. 마이클 스턴 하트는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의 미션을 “전자책의 창작과 배포를 붇돋는 것(To encourage the creation and distribution of eBooks)”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세익스피어를 검색어로 입력했을 때의 결과 화면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세익스피어를 검색어로 입력했을 때의 결과 화면. 사진 출처 : http://www.gutenberg.org/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웹사이트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을 1월을 기준으로 50,755권(제휴 콘텐츠를 포함하면 10만 권 이상)의 전자책이 구축되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매주 50여 개의 새로운 전자책이 등록되고 있습니다. 등록된 전자책은 서구의 문학작품이 대부분이다. 소설, 시, 단편소설, 드라마 등의 문학작품과 고전 원문 그리고 요리책, 사전류, 정기간행물이 있다.

파일 형식(format)에서는 텍스트만이 아니라 HTML , PDF , EPUB , MOBI , 오디오 파일, 음악 악보 파일 등 다양하게 제작되고 있다. 대부분 영문이지만,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에스파냐어, 네덜란드어, 핀란드어, 중국어, 포르투갈어, 라틴어, 스웨덴어, 라틴어, 에스페란토로 된 책도 있고 다른 언어 문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셀프 출판 포털까지 운영하여 개인과 독립 출판의 콘텐츠 공유도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의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관련 활동

국내에서는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의 영향을 받아 직지 프로젝트(http://www.jikji.org/)와 SF 직지 프로젝트(http://paedros.byus.net/sfjikji/)가 진행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직지 프로젝트와 SF 직지 프로젝트는 매우 미약한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SF 직지 프로젝트는 1970년대에 국내의 ‘아이디어회관’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던 SF 소설 60권을 1999년에 온라인상에서 복간하기 위한 작업으로 진행되었으나 더 이상 확산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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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세계명작 60권을 제공하며 활동하고 있는 SF 직지 프로젝트. 사진 출처 : http://paedros.byus.net/sfjikji/

국내에서는 전자책 콘텐츠를 공유지 개념의 공공 재화로서 독자들이 무료로 사용하게 하려는 활동이 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저작권이 만료되었거나 공공 부문에서 제작된 저작물인 퍼블릭 도메인 (public domain)을 독서, 재창작, 재활용할 수 있게 공공기관인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콘텐츠를 직접 제공하는 “공유마당”이 그것이다.

공유마당은 “콘텐츠를 만들고(creat), 나누고(share), 다시 쓰는(remake) 자유로운 생태계”를 내걸고 있습니다. 저자권 만료 저작물과 기증 저작물뿐만 아니라 사회적 보존가치가 높은 민간보유 저작물, 공공콘텐츠와 같은 공유 저작물이 제공되고 있다. 공유마당은 2016년 1월 현재 국내저작물 912,891건이 있는데 이미지 777,784건, 텍스트 122,417건, 음원 11,669건, 영상 19건, 기타 1,002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책이라기보다는 디지털 콘텐츠 개념으로 공유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콘텐츠 창작자, 관련 업체들이 자유롭게 작품 활동과 콘텐츠 비즈니스를 위해 활용하도록 정부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것이다. 공공 정보를 적극 개방하여 사용자들이 활동하게 하려는 “정부 3.0″의 활동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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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권 만료 저작물, 기증 저작물, 민간보유 저작물, 공공콘텐츠와 같은 퍼블릭 도메인들이 제공되는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공유마당. 사진 출처 : http://gongu.copyright.or.kr/

인터넷의 나눔과 공유 철학과 전자책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나눔과 공유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통해 창작되고 생산되어 공유되는 정보, 지식, 경험, 노하우, 생활 콘텐츠들은 아무 제약 없이 읽고 감상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전문가와 아마추어들에 의해 만들어진 수많은 텍스트, 사진, 그림, 영상, 프로그램들이 오픈 소스(open source)나 오픈 콘텐츠(open contents)방식으로 공유되는 흐름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나움과 공유의 철학에 기반한 것이다.

전자책 플랫폼에 판매되는 상품으로서의 전자책‘과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와 공유마당 같은 채널을 통해 제공되는 전자책‘은 책의 미래 역사에서 계속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통해 공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관심을 두어야 할 다음 두 가지 점이다. 첫번째는 전자책이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읽히는 콘텐츠로서 자리잡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두번째는 상품으로서의 전자책이 공유 콘텐츠과는 다른 차별적 가치를 독자와  창작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책의 미래 또는 전자책의 미래를 만들어갈 실제 주체는 독자와 저자들이기 때문이다.

구텐베르트 프로젝트 웹사이트에서 이퍼브 형식으로 제공하는 소설을 국내의 크레마 전자책 뷰어로 연 모습

구텐베르트 프로젝트 웹사이트에서 이퍼브 형식으로 제공하는 소설을 뷰어로 연 모습

공병훈. 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 미디어 경제경영 전공,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64년생. 창작과비평사, 동방미디어, 교보문고, 푸른엠앤에스, 세계미디어플러스 등에 재직함. 소셜 미디어와 콘텐츠, 플랫폼, 홍보, 컨설팅 분야 실무자이자 현장 연구자. hobbits8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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